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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질부 23장

2541 2022. 10. 9. 21:16

그들은 오랫동안 적수로 지냈고, 여러 해 동안 말을 몇 마디 더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뜻밖에도 같은 방에서 관직을 취하고 옷을 벗고 띠를 풀고 있으니, 세상 일이라는 것은 정말 변덕스럽고 절묘하다.


사건을 수사하려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우부풍 정완을 우선으로 수사해야 한다.

장안성에서 부풍군은 거리가 가깝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겉치레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무거운 짐도 가지고 다닐 것이 없었기 때문에, 조정의 사무를 속관에게 간단히 인계한 후 평복으로 갈아입고 한 사람씩 가볍게 성을 나갔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달려 세찬 강물을 건너고 적막한 야산을 통과했다.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여관의 그림자를 보았으니, 아마 내일이면 부풍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중추로* 아득히 먼 타향에서 방랑하던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여관 안은 등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떠들썩했다. 둘째는* 탁상 사이를 누비며 바쁘게 움직이다가, 가게에 들어온 두 사람을 보고는 부랴부랴 맞이했다.

*仲秋; 중추(음력 8월) 之际; ~무렵에, ~즈음에
*小二; 작은둘째

여관에 묵을 거란 말을 들은 둘째는 어깨에 걸친 면수건으로 이마를 닦고는 약간 난처해져서 말했다. “객관 두 분도 보셨겠지만, 오늘 묵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 쪽은 방이 하나 남았는데……” 그는 초명윤과 소세예 사이에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물었다. “그 방은 꽤 커요, 객관 두 분 모두 남자인데 개의치 않다면…… 조금 끼워가는 건 어떠신지요?”

외지로 나설 땐, 여관의 빈 방이 부족할 것을 각오해야한다.* 노숙도 밤새 그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판에, 그들이 달리 고를 수 있을까?

*心理准备; 마음의 준비

객실 안의 안배는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그 침상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는데, 결국 초명윤이 “됐고, 밤에 내가 바닥에서 잘게.” 라며 침묵을 깼다.

*罢了; 에이,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감탄사]

소세예는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여인을 대하는 방식으로 저를 대할 필요가 없어요. 당신과 나의 신분이 대등한데, 당신이 바닥에서 자게한다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초명윤은 탁자에 앉아 차 한 잔을 더 마셨는데, 눈꼬리가 비스듬히 기울여져서 웃는 듯 마는 듯 했다. “어사대부가 백관을 감찰한다지만, 침상까지 감찰한다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데 누가 이런 사소한 일을 알 수 있겠어?”

소세예는 그를 돌아보았다. “예법이 이러하니 아무도 모르더라도 짓밟아서는 안 됩니다.”

“…… 전 어째서 당신의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을까요?” 예법을 못마땅해하던 초명윤이 되물었다.

*话里有话; 말 속에 뜻이 있다 또는 뼈가 있다.

“그런가요?”

“응.”

“……” 소세예는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엷게 웃으며 말했다. “초 대인 괜한 걱정이에요.” 살짝 쉬고 이어서 “예의를 차리든 말든, 초 대인은 지금 결국 혐의를 받고 있어요. 오늘밤 또 불행히도 살인 사건이 생기면 내가 옆에 있었다고 증언하지 않으면 당신은 곤란해집니다.”

나무 탁자를 손 끝이 가볍게 눌렀고, 초명윤은 턱을 괸 채 천천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 제가 한밤 중에 도망갈까 봐 걱정하셨나봅니다?” 그는 말소리가 가늘어졌는데, 소세예의 눈동자가 점차 깊어지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 제가 야밤에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할 지는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초 대인께선 정말로 제가 남에게 자유를 빼앗기고 유린당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소세예는 웃으며 말했다.

초명윤은 시선을 거두고 손을 펴며 약간 무고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저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 소 대인께서는 연루될까 봐 두렵지 않습니까? 모처럼 제가 당신을 위해 이렇게 생각해 주었는데, 당신은 고맙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소세예는 그 말을 듣고 뜻밖에도 꽤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고개를 들어 대들보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초 대인이 각별히 마음을 쓰셨으니, 거절하는 것은 결례인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밤에 일어나서 차를 마실 때 실수로 당신을 밟지 않도록 초 대인께서 위에서 주무셔야겠어요.”

".….. 소 대인께서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으셨습니까?”

소세예는 그를 한 번 웃으며 보았다. "이전에는 없었는데, 오늘밤은 어쩌면 있을지도 몰라.”

“……” 초명윤은 부채를 펼치며 얼굴을 가리고 한쪽 손에 옷깃을 잡고 한숨을 쉬었다. "수 대인이 이렇게까지 저와 하룻밤을 자겠다고 고집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저는 당신을 따를게요."

“……” 소세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식사할까요.”

아래층의 손님들은 그들이 왔을 때보다 좀 적어져서 더 이상 그렇게 떠들지 않았다. 둘째는 음식을 다 먹고 하품을 하며 갔고, 여인숙에는 잠시 잔소리만 남았다.

초명윤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어 차를 삼키며 말했다. "참, 우부풍에 소행을 보임했는데 당신과 어떤 관계입니까?”

*补任; 보임. 어떤 직(職)에 보충하여 임명함.

"저의 숙부입니다." 소세예가 말했다.

“친숙부?”

“네,” 소세예는 "우리 아버지가 가장 연세다 많으시고, 그 다음은 숙부, 아월의 어머니가 가장 어리시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기론, 그때 다짜고짜 소행을 상경에서 좌천시킨 것이 당신 아버지 소결의 생각이었습니까?" 초명윤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소세예는 침음하며 말했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와 숙부께서 나중에 갈등을 겪었다고만 알고 있어요. 그 후 삼촌은 멀리 진강에 계셔서 왕래가 뜸했고, 제 양친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애초에 제 양친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오시지 못해서 고모님께 제문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남의 집안일에 대해 초명윤은 논평하기 어려워서 고개를 끄덕이곤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여관은 완전히 고요해졌고, 초명윤과 소세예는 침상 옆에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한 침상에서 같이 자는 것은 결정을 내리고 나름대로 준비도 되었지만,* 막상 때가 되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서있다가 결국 초명윤이 다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침대를 가리키며 “소 대인께선…… 어떻게 분배하시겠습니까?”

*마음의 준비…

소세예는 시선을 돌리며 최대한 평온하게 말했다. "예전에 다른 사람과 침상을 나눠썼듯,*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면 되지 뭘 그리 신경 쓰십니까.”

*끼어들다, 좁힌다, 몰린다 등등… 낑겨서 자기(?)

"하지만 전 예전에 여인하고만 잤어요." 초명윤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들은 보통 제 품에 안겼는데, 그럼 소 대인 당신도……?” 그는 말을 끝맺지 않은 채 눈썹을 살짝 치켜뜨곤 소세예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소세예는 그를 깊이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리고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허공에 선을 그었다. "저는 항상 일찍 일어났으니, 당신이 안에서 주무세요."

초명윤은 바로 답했고, 이의가 없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적수로 지냈고, 여러 해 동안 말을 몇 마디 더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뜻밖에도 같은 방에서 관직을 취하고 옷을 벗고 띠를 풀고 있으니, 세상 일이라는 것은 정말 변덕스럽고 절묘하다.

하지만 겉옷을 벗은 손은 다음 순서를 밟지 않았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말없이 마주보고 있다가 불을 끄고 누웠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이 방 전체를 뒤덮었다.

초명윤은 여지껏 편히 잠들기 어려웠는데, 더구나 지금 곁에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정신은 여전히 맑고 깨끗했다. 누워있자니 짜증이 나기 시작해 초명윤은 소세예를 놀라게 하지 않으며, 조용히 일어나려 했으나 방금의 동작으로 문득 희미한 향기를 맡았다.

약간의 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코끝을 맴돌며,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는 꽃 같았다. 그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여 안신향을 분별해냈다. 초명윤은 살짝 소세예 쪽으로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갔는데, 과연 더욱 또렷해진 향에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며, 이 물처럼 차가운 밤에도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듯 차츰 밤 속으로 스며들었다.

초명윤이 누워서 팔을 옆으로 베자 자연스레 소세예의 얼굴로 눈길이 닿았다.

달빛이 위에서 떨어지고 빛이 아름답게 조각한 창으로 새어들어와 침상 가장자리에 은백색의 서리가 내렸다. 소세예는 눈을 감고 그의 몸 가까이에 누워 숨을 내쉬고 있었고, 속눈썹엔 달빛이 약간 물들어 얼굴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눈썹엔 그가 본 적 없는 부드러움과 평화로움이 있었다.

그는 소세예를 넋이 나간 것처럼 빤히 바라보더니, 돌연 소리 없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매섭게 구부려 소세예의 목덜미를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이 사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소리 없이 죽여, 그 다섯 명처럼 암살당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괜찮아, 어찌됐던 그는 지금 여기에 누워서 무방비 상태니까……

—— 무방비 상태인가?

초명윤은 동작을 멈추었고, 단지 한 치의 차이로 소세예의 목을 졸랐다.

소세예의 숨결은 여전히 안정적이며,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초명윤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힘을 푼 손가락으로 깨끗한 이마에 몇 가닥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그의 얼굴 옆으로 쓸어내렸다. 초명윤은 손을 거두고 잠시 훑어본 후에 몸을 돌려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그의 쪽에서 더이상 인기척이 없자 비로소 소세예는 눈을 떴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누르며 당혹스러운 눈으로 초명윤을 보았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 과연 옆은 비어있었다. 초명윤은 멍하니 있다가 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런대로 잘 잤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옆의 안신향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었던 소세예와 함께 식사를 하고는 쉴 틈 없이 길을 나섰다.

요 며칠 가을 하늘은 높고 맑아 하늘이 온통 푸르렀는데, 다만 좀 추울 뿐이다. 그들은 마침내 정오 전에 부풍군에 도착했고 우부풍 소행은 입성 소식을 받아 사람들을 데리고 관아 앞에서 맞이하였는데, 멀리서 소세예를 보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소세예는 말에서 내리고, 돌아서 소행에게 예를 차렸다. “숙부님.”

“아이고, 좋구나.” 소행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이맛살을 다시 찌푸렸다. “예아, 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많이 여위었니?”

“간혹 바빴나 봐요, 저 스스로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소세예는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이 분은 태위 초명윤입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왔는데, 숙부께선 몇 번 만나보셨을 거예요.”

소행은 앞을 보고 예를 차려 인사했다.

일찍이 어떤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끌고 내려왔는데, 관역이 앞서 그들을 데리고 안뜰의 거처로 향했다. 소행은 소세예를 끌어당겨 두 걸음 뒤쳐진 후, 이전의 화제를 이어갔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줄 모르면 안 되지, 숙부는 진강에 있지만 네 곁에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장안의 친척과 친구들이 만나 물어보니 모두 내게 아직 성친成亲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成亲; 성친, 성혼, 결혼

소세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숙부께 심려를 끼쳤군요, 전……”

“이런 식으로 수작 부리지 말고,” 소행이 그의 말을 막았다. “네 조건이라면 장안에 가득한 아가씨에서 네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텐데. 사실대로 말해보거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세예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중의 정세가 안정되지 않아 조카가 이 부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한다면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으니……“

“허튼 소리!”

“……” 소세예는 침묵했다.

“성가해야 안정적이지,” 소행은 무쇠가 강철로 되지 못하는 것을 꽤 한스러워 했다. “예아, 너는 같은 연배의 동생들보다 나이가 있고, 지금 그들은 아이가 서너명이지만 너는 직위만 가지고 있다.”

*恨铁不成钢; 무쇠가 강철로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함을 한스러워 하다.

소세예는 잠시 말없이 초명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숙부님, 어찌 그리 신경 쓰십니까, 경중에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초태위 역시 고위직으로 아직 자손이 없어요.”

초명윤이 어떤 인물인지 일찌감치 들은 적이 있는 소행은, 이 말을 듣자 시큰둥하게 흘끗거리며 말했다. “그의 그런 품성으로는 자식과 손자가 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 앞서가던 초명윤은 자신이 전부 다 들었다는양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돌아섰다. 눈에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소세예를 바라보며 나긋이 말했다. “왜 이리 뒤쳐져서 오시는건지, 제가 어젯밤에 당신을 괴롭혀서 그런 겁니까? 제가 가서 안아드려요?”

*不紧不慢; 급히 서두르지도 않고 너무 여유를 부리지도 않다, 허둥거리지 않고 여유가 있다.

그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벼락 맞은 표정을 지었다.

소세예는 미소를 띈 채 그를 깊이 응시했다. “초 대인.”

초명윤은 그를 향해 웃어보이곤 돌아섰고 만족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心安理得; 심안리득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 마음이 편안하다, 이치대로 되어 만족하다, 그럴 듯 하다고 스스로 좋아하다.

소세예는 충격먹은 소행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농이니, 숙부께선 결코 진실로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너와…… 그는……“ 소행의 떨리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세예는 소행의 눈빛에 평이하게 말했다. “숙부께선 저를 믿으십니까, 아니면 그를 믿으십니까?”

“……오.” 소행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데,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몇 번이나 입을 벌리고 나서야 비로소 말했다. “됐다, 나도 너한테 잔소리 안 할 테니, 네가 알아서 유의해라. 내가 이번에 부임하러 왔을 때 금릉을 지나다가 네 고모를 만났는데, 네 복상 기간이 거의 일 년이 지났다고 하더구나. 두월도 장안에 있으니 네가 계속 미루면, 그녀가 직접 와서 너를 처리해 줄 테지. 겸사겸사 아들도 보고.”

소세예는 멍해졌다. “고모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소행은 웃고 그를 한 번 보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네 고모가 본래 한 말이니, 잘 생각해보거라.”

소세예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눈빛이 짙어졌다.



작가의 말:

이번에 같은 침대에 두 사람은 겨우 붙여놨는데, 다음엔…… 에헴, 세상사가 정말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